백일염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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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사인 장즈리는 토막살인 용의자를 추적하다가 동료를 잃고 자신도 부상을 당해 경찰을 그만둡니다. 그 뒤로 공장의 경비원으로 일하며 거의 폐인처럼 살아가던 그는 5년 뒤에 저번과 비슷한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. 이 두 사건을 연결하는 유일한 인물은 세탁소 직원인 우쯔쩐. 장즈리는 다시 옛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우쯔쩐에게 접근합니다.

익숙한 필름 느와르의 향기가 납니다. 데이나 앤드루스 같은 40년대 배우들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올 법한 영화의 줄거리 같은데 중국 영화인 거죠. 감추어 둔 결말도 크게 거기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. 틀만 따진다면 요범이 연기하는 형사나 계륜미가 연기하는 여자주인공의 역할도 특별히 파격적이지는 않습니다.

단지 영화는 이 이야기를 현대 중국이라는 배경과 중국 아트 하우스 영화의 틀 안에서 다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. 이 역시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들이죠. 하지만 필름 느와르의 장르와 현대 중국 영화의 접근법이 결합하자 그 중간지점에서 묘하게 낯선 무언가가 나옵니다.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스케이트 장 같은 표면적인 무대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여전히 어색하게 공존하는 현대 중국의 사회, 그리고 그 속에서 여성의 위치와 같은 주제가 장르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죠.

장르 틀 밖으로 나가지는 않는 영화입니다. 영화의 한계도 여기에 있죠. 주어진 게임만 하고 있을 뿐 큰 야심은 없다는 것.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중국 아트하우스 영화의 미니멀한 톤 때문에 대중적인 어필에도 한계가 있고요. 그리고 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장즈리를 좋아할 수가 없더군요. 하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하얼빈의 겨울과 같은 싸늘한 분위기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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